불법 피라미드 사건에 엄한 업계만 피해…용어 변경 목소리도

불법 피라미드식 영업과 각종 불법으로 인해 1조원대 피해를 낳은 화장품회사 아쉬세븐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아 화제다. 다만 수많은 언론에서 다단계 사기라는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엄한 다단계 판매업계를 비롯한 직접판매 업계로 비난의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아쉬세븐의 1조원대 사기 범죄로 관련된 임원들은 징역 2~11년을, 주식회사 아쉬세븐은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장 이종채)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과 유사수신,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엄모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아쉬세븐 임원·본부장 등 12명에게는 2년에서 11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7300여명 피해자 발생다단계 판매와는 연관 없어

이번 사건은 다단계 판매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다. 불법 피라미드식으로 운영된 아쉬세븐 관계자들은 지난 20157월부터 6년 가까이 7300여명이 넘는 피해자를 속여 1조원이 넘는 금액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일당은 실제 화장품 판매 수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른바 돌려막기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실제로는 화장품을 거래하지 않고 4개월간 매월 5% 수익금 지급, 5개월 후엔 원금을 반환하는 소위 ‘5개월 마케팅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엄 대표는 화장품 판매업으로 아쉬세븐을 설립했으나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데 회사를 활용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부회장은 엄 대표의 경영을 지원, 이사는 투자금 관리, 나머지 임원들은 각 지역본부장으로 활동하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본부장 등은 아쉬세븐의 상장 가능성이 없음에도 상장될 것처럼 부풀려 말해 투자금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신규 투자자가 줄자 상장사인 A회사의 유상증자에 투자하면 원금 및 수익금이 보장될 것처럼 속였다. “아쉬세븐을 상장시키겠다면서 우선주를 구입하면 상장 후 2배의 주식을 주겠다고 속여 추가 투자자를 모집한 혐의도 있다.

돌려막기 방식으로 피라미드 사기를 이어왔던 이들 일당은 지난해 4월 경영난을 이유로 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고소가 이어졌고, 서울 송파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1월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들 일당이 자신들이 생산하는 화장품이 성황리에 판매되고 해외로 수출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대규모 다단계 사기는 다수의 피해자 양산은 물론 가정 파탄, 사회에 심각한 영향 등을 일으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엄 대표에 대해서는 범행 정점에서 계획적, 조직적 주도를 한 점이 확인된다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동종 전과가 없음에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도 단기간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에서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은 채 투자했다수익금 명목 지급 받은 측면이 있어 실제 피해액은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이고, 선처를 탄원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일부 임원에 대해서는 피해자들과 직계혈족이거나 배우자·친족 등 관계에 있다는 점이 면제 사유로 작용했다. 또 지사장, 지점장 일부에 대해서는 공범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나 검찰 제출 증거만으로는 범죄 증명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단계용어 변경 목소리까지 나와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아쉬세븐 사기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본 곳은 다단계 판매업을 비롯한 직판업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사의 제목과 내용에 주로 불법 피라미드가 아닌 다단계 사기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단계 판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피라미드식 영업과 사기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오히려 이미지 타격을 다단계 업계가 고스란히 입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119일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함께 2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방문판매법 개정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상린 한양대 교수의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등 언론에 비친 다단계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87.8%)가 보통(10.7%), 긍정적 이미지(1.5)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또한 부정적 인식의 요인으로는 불법 피라미드 판매와의 구별이 어려움(40.9%) 언론에서 피해사건 정보를 많이 접함(28.3%) 다단계 판매 용어 자체에서 생기는 부정적 이미지(16.5%) 등의 요인인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린 교수는 자료 발표를 통해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처벌과 함께 소비자가 정식 다단계 판매와 불법 피라미드를 구별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 심포지엄의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김세준 경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다단계 판매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존재하며 다단계 판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단계판매 용어 변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는 후원수당의 지급을 강조하여 후원거래로 변경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다단계업계 한 관계자는 양 조합과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되었어도 언론에 잘못 언급되는 불법 피라미드로 인해 다단계 판매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 왔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을 고치기에는 한계가 있다언론사에서도 불법 피라미드와 다단계 판매업과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정확한 기사 제공이 이루어져야 하며 업계에서 다단계 판매에 대한 용어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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