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폐지 격론…가격인상·갑질 등 도마위에

올해 역시 국정감사에서 유통업계가 줄소환되고 있다. 유통업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비롯해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 유해물질, 대형 유통사들의 갑질논란 등이 중요 이슈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통업계에 산재한 여러 현안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아닌 보여주기식의 혼내기 국정감사가 그치는 것이 아니냐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여러 현안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논란이다.

의무휴업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개혁 과제로 꼽히지만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통시장 구조가 크게 바뀐 만큼 국감에서도 의무휴업 실효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해당 일에는 온라인 영업 역시 불가능하다.

전통시장과 인근 상권의 소상공인들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10년 넘게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특히 최근 크게 성장한 온라인 업체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7국민제안 TOP10’ 투표를 통해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고, 국정에 반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표 과정에서 중복 투표가 발견되면서 1위를 기록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무산된 상태다.

이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관련한 규제심판 1차 회의를 개최했지만, 소상공인의 반발로 이후 회의는 무기한 연기된바 있다.

·-소비자·소상공인, 엇갈린 찬·반 의견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여·야 의원들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기업을 규제하는 것만이 공정위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과 대중소 상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건강한 유통 산업 환경을 위해선 규제보단 상생이 핵심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여러 규제의 경우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활성화에 어떤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 이제는 정부가 검증해봐야 한다더욱이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 의원은 실제 대형마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하기보다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업체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는 전혀 영업제한이 없는 반면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영업 제한을 받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도 꼬집었다.

여당 측은 재래시장은 규제를 통한 활성화가 아닌,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재래시장의 특성에 맞게 주차장 확충, 상품 차별화, 맛집 거리 조성 등 다양한 다른 방면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당 측 의견에 공정위도 일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공정위 국감에서 지난 10년간 온라인이 급성장하고 기존에 없던 새벽배송 등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구조가 크게 바뀌었다이에 맞게 경쟁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열리는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종합감사에서도 의무휴업 관련 질의가 오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여당과 정반대의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최근 허영재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선 오히려 의무휴업제 유지 혹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는 정책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반대 여론과 법 개정 문제 등을 고려, 급진적인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을 통한 합의점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조정하는 방안, 휴무일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의 단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휴무일 온라인배송을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현재 발의된 상태다.

한편 여·야가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이듯 소비자와 소상공인 간 의견 차도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정망이자 마지노선이라며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중심인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위기에 직면하고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발전이 후퇴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적 있는 소비자 1000명 중 67.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규제 강화 의견은 2.9% 불과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5명은 효과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개숙인 유통CEO, 가격인상·갑질 등에 해결책 약속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는 CJ제일제당, 스타벅스, 쿠팡 등 유통업계의 수장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줄줄이 소환됐다. 특히 가격인상, 유해물질, 갑질 등을 주제로 각 상임위에서 집중 질의가 이뤄진 가운데 대표들은 각각의 대안책을 약속했다.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 황성만 오뚜기 대표이사,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섰다. 임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이 즉석밥 햇반컵반등 일부 제품의 원료를 국내산 쌀에서 미국산 쌀로 바꾼 것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은 당사는 일부 컵반 제품에 수입산 쌀을 소량 쓴다이를 국산으로 대체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해 기준 국산은 6t, 수입쌀은 2000t 사용했다"면서 "수입쌀과 특성 차이로 인해 수입쌀을 쓰고 있으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서 국산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즉석밥 가격 인상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J제일제당에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햇반 가격을 3월에 7% 인상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부사장은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을 완화해나가겠다면서 햇반은 제조원가 비중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으로, 포장재, 전기, 물류, 인건비 등이 폭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타벅스가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췄다.

이에 대해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폼알데하이드 검출 관련 시험 성적서를 보고 받은 건 7월 중순쯤으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스타벅스의 텀블러 증정 행사, 종이 빨대 사용이 친환경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텀블러 일평균 사용횟수도 적어 결국 자원낭비와 쓰레기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2025년까지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을 실현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치킨업계, 폭리 질타에 상생 강화 약속

지난 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소환됐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 최대주주다. 윤 회장은 bhc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hcMBK파트너스가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4500억원을 추가 투자한 2020년 이후 6번이나 튀김유 등 원재료 공급가를 인상했다“32%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튀김유 공급 가격만 지난해보다 2배로 올렸고 이는 타 브랜드보다 60% 이상 비싼 수준이라면서 사모펀드가 경영에 관여하며 서민업종인 치킨업계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회장은 자사는 bhc의 일반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판관비가 타사에 비해 상당히 낮고 영업이익이 모두 본사로 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가지 상생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 가능한 부분은 경영진이 개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옥 bhc 대표 또한 7일 정무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가맹점과의 상생을 약속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맹기간 10년 초과 시 가맹본부의 계약갱신 거절조항에 대해 지적했다. 가맹본부가 기존 가맹점과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신규 가맹점주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장 인테리어 등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10년이라는 기간을 계약서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임 대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10년 기간을 제외할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승욱 제너시스BBQ 대표 또한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서 상생 협약 이행에 대해 질의 받았다. 김 의원이 2017년 발표한 상생 협약을 모두 완수했는지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올해 9월 대표로 와서 살펴보니 미흡한 점이 있다. 확인 결과 지킨 게 거의 없었다면서 상생협약 조항 중 가맹계약서는 연말까지 이행을 완수하겠다나머지는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달·명품 플랫폼, 소비자 불만 최소화 약속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 역시 국감에 소환되어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온라인 유통 기업 역시 소비자 불만 고조 등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최대한 시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에게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배민은 배달료를 6000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회사보다 높은 편인데, 해당 배달료를 책정할 때 음식점주와 배달업 종사자와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어 배달비가 너무 과도하고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 부사장은 요즘 물가가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배달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배달료가 6000원이 된 것은 배민1 서비스 때문이다. 택시로 치면 모범택시에 해당한다배달료를 낮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명품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최형록 발란 대표와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명품 플랫폼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적받았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란의 해외배송 상품은 과도한 반품비가 발생해 소비자 청약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발란이 지난 4월 진행한 네고왕이벤트에 대한 꼼수 할인 의혹을 제기했다. 발란은 17% 할인 쿠폰 지급을 약속했으나 프로모션 시작 전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행사 전보다 상품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형록 대표는 입점 판매자에게 프로모션 정보가 미리 공지되면서 일부 판매자들이 가격 인상을 진행했고 이를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발란 측이 입점 판매자에게 가격 인상을 통보하고, 직접 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지적받은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경훈 트렌비 대표에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명품 플랫폼 매출 1과장 광고로 인해 경고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1위가 맞지만 단독 기업 하나만 봤을 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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